두 발의 고독

평점 ★★★☆
한줄평 한달에 하루만으로도 자연의 변화를 느끼고 이해하는 데는 충분하다 ​

숲에서 1년을 썼던 작가, 토르비에른 에켈룬의 또다른 책. 부제가 '시간과 자연을 걷는 일에 대하여' 다. 이전 책의 2탄 같은 느낌이다.

어느날 갑자기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간 저자는 뇌전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고 더이상 운전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참고로 '간질'이라고 불리는 이 병은 갑자기 의식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운전이 금지된다고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후 차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다니게 되었다. 물론 아주 먼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저자는 어렸을 적 휴가를 보냈던 오두막과 부근의 노르마르카 숲을 친구와 함께 걷는다. GPS 나 휴대폰 같은 기기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태양의 위치와 지형지물을 통해서 목적지에 다다른다. 어쩔 때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다닌다.

생태주의나 자연주의 관련한 책들을 보면 걷는다는 행위가 항상 따라 붙는다. 이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행동(?)이라 그런 것은 아닐까 싶다. 걸으면서 얻게되는 이점은 육제적인 것보다도 정신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지난 10여년 간의 여행동안 주로 자전거를 탔지만, 걸었던(끌바) 시간도 상당하다.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주변의 풍경들에 집중하지만, 이내 머릿 속에 떠오르는 생각들로 옮겨간다. 그러면서 가지고 있던 생각(고민, 걱정같은)들은 사라진다.

지난 번 책에 이어서 이번에도 내용의 상당부분을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자연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인간이라면 비슷한 것 같다.

PS. 숲에서 1년을 읽으면서도 느낀 점이지만, 질투가 날 정도로 부러운 건 사실이다.

기억에 남는 구절

이제 우리는 인간의 이동이 자연적 현상이며 인류 역사의 일부를 구성하는 오랜 생활양식이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지 벌써 한참 지난 것처럼 보인다. 비록 오늘날은 유목민이 전체 인구의 극히 일부분을 차지할 뿐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노르웨이의 사미인, 아프리카의 일부 문화권 종족, 유럽의 롬인들은 그들이 살아왔던 방식대로 지금도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이 지방에서 저 지방으로 떠돌며 산다. 그들은 여전히 부랑자로 취급받고 있다. 
 
여러 지역을 이리저리 이동하는 행위는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곳에 머무는 것이 이상한 현상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 문화는 이리저리 떠도는 생활방식을 거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공문서를 작성할 때 보면, 대개 '주소지가 일정치 않음'이라는 체크 항목이 나온다. 그러나 이 항목에 체크 표시를 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이 특정 칸에 표시를 하면 유익한 점이 하나도 없다. 어느 곳에 정착하지 않은 사람은 쉽게 사라질 수 있다. 그들은 한곳에 뿌리를 내릴 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을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죽은 사람들을 말할 때 그들이 "떠났다" 거나 "마지막 여행길에 올랐다" 고 표현한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이리저리 떠돌게 한다" 거나 "어떤 다른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다" "먼 길을 나서다" "차츰 잦아들다" "상도를 벗어나다" 같은 표현도 많이 쓴다. 길의 개념을 끌어다 쓴 표현은 모든 언어에 수없이 많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어딘가에서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하겠지요.
숲에 두 갈래 길이 있었는데, 나는
나는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택했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었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