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의 세계일주
| 평점 | ★★★ |
| 한줄평 | 그들은 여행자가 아니었고, 나라의 운명을 지고 막중한 임무를 띄고 파견된 이들 이었다 |
책의 제목만 보고 여행기라고 생각한다면, 읽고난 후에 ‘속았다’는 생각을 하게될지도 모르겠다.
한국인으로 세계일주를 한 최초는 누구일까?
누군가 이겠지만, 그가 누군지 알 수는 없다.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남겨진 기록만으로 보자면, 대략 100년 전에 러시아와의 비밀협정을 맺기위해 모스크바로 떠났던 민영환 일행일 것이다.
이때가 1896년이다. 이땅에 고조선이 세워지고난 이후 여지껏 한반도를 벗어나 세계를 여행한 사람이 지금으로부터 100년 밖에 안됐다는 점에 안타까움이 들었다. 그만큼 얼마나 갇혀살았던 건지.
이들은 고종의 명령의 받아 러시아 황제의 대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제물포에서 모스크바로 출발한다. 루트는 '한국-일본-미국-영국-네덜란드-프랑스-독일-폴란드-러시아' 다. 배와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
돌아올 때, 민영환을 비롯한 사절단은 시베리아를 거쳐 블라디보스톡에서 배를 타고 들어왔고, 통역사였던 윤치호는 프랑스-이집트-지부티-스리랑카-중국을 거쳐 입국했다.
꽤나 두꺼운 책의 분량에서 여행기라고 볼만한 정보는 거의 없다. 남겨진 기록에서 저자가 찾은 감상글이나 시를 발췌하여 책에 실었다. 사절단이 묵었거나 묵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호텔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 점은 좋았다.
애초부터 이들이 여행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기에 책에 실린 내용은 중요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담겨있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하고자했던 러시아와의 비밀협정은 달성했다. 하지만, 온전한 주권을 가지지 못해 러시아에게 궁정 치안을 부탁해야 하는 처지의 국가에서 온 그들을 러시아 정부는 과연 어떻게 생각했을까?
사절단은 각국의 여러 외교관료들을 만난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던 점은 강대국 관료들의 무례함이다.
결과적으로 사절단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귀국 후 이들이 맞게될 미래는 어두웠다. 민영환은 자결했고, 윤치호는 80세까지 살았지만, 일제의 고문과 회유에 못이겨 변절했다.
민영환 일행이 시베리아를 거쳐 국내에 들어오면서, 가난과 탄압을 피해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한 조선인들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먼 이국 땅에서도 고국의 말과 문화를 지키고 살아가는 국민들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읽고나서보니, 제목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