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일차 - EU 에 들어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향기가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자전거여행자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다.
스페인에서 출발했다는 그는 중앙아시아, 중국을 거쳐 동남아시아까지 1년 정도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불가리아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으나, 그는 그리스에서 넘어왔다고 했다.
그와 이런저런 정보를 주고 받고, 숙소를 나섰다. 내가 선택한 국경루트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선택하는 에디른의 서쪽 루트가 아닌 북쪽 루트다. 이쪽을 선택한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덜 붐빈다는 것. 둘째는 이후 북진을 할 것이기에 동선이 더 짧다는 것.
국경은 숙소로부터는 3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에디른을 벗어나자 왕복 1차선도로가 나타났다. 터키를 달리는 내내 거의 왕복 2차선에 갓길도 널찍한 D100 도로를 달렸었는데.
다행히 도로의 차량은 많지 않았다. 국경에 가까워질수록, 마을은 거의 없고(아주 작은 마을만 이따금) 차량은 더더욱 줄어들었다. 국경 검문소에 가니,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내가 가야할 방향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먼저온 차량이 여권심사를 받고 있었다. 언뜻보기에 이곳은 지금껏 내가 지나온 국경검문소와는 달라보였다. 차량전용이라고나할까. 앞 차량이 지나가자 passport control 이라고 적힌 곳에 가서 여권을 건넸다. 직원은 불가리아 비자가 있냐고 물었다.
'한국사람은 불가리아 비자 필요 없어요'
출국 도장을 찍고, 여권을 돌려받은 후, 세관 검사라고 적힌 곳으로 갔다. 그냥 가라는 손짓을 한다. 보통 X ray 기계에 모든 짐을 넣고 검사하는데, 아무런 얘기없이 통과.
그렇게 간단하게 터키 출국 성공. 50m 를 걸어가 불가리아 국경 검문소로 향했다. 불가리아 국기와 EU 국기가 나란히 걸려 펄럭이고 있다.
여권 심사를 받는데, 직원이 묻는다.
'가족이 있는가?'
'아프가니스탄은 어땠어?'
'나 거기 안갔는데.'
'그럼 이라크는 어땠어?'
'거기도 안갔는데. 나 그런데 못가. 우리나라에서 허가해주지 않거든'
그리고는 내 여권을 한참동안 들여다 본다. 그리고 돋보기(보석 감정할 때 사용하는)를 사용해서 여권에 찍힌 스탬프를 유심히 본다.
'음 뭐지'
암튼 통과. 세관으로 향했다. 터키와 마찬가지로 그냥 가란다. 이번에도 짐검사는 전혀하지 않았다. 원래는 출국보다 입국할 때, 더 세심하게 짐 검사를 하는데. 어쨌든 불가리아에 무사히 입국했다. 국경을 빠져나오는데,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묻는다.
'불가리아 다음에 어디로 갈거야?'
'루마니아로 갈건데.'
'거기는 집시 country 라구.'
그의 말인 즉슨 루마니아는 도둑이 많고 못 사는 나라라는 뜻인가?
어제 검색해둔 숙소까지는 30 여 킬로미터를 가야 한다. 불가리아에서는 7번 국도를 탈 예정인데, 일반적으로 숫자가 작을 수록 큰 도로다. 터키에서는 최소 왕복 2차선 도로를 달렸었는데.
하지만, 불가리아에서는 왕복 1차선에 갓길이 아예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도로의 오른쪽으로 붙어가는 수밖에. 다행히 오가는 차량이 많지 않아 힘들지는 않았다. 터키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도로의 표지판을 보니, 중앙아시아, 조지아에서 봤던 키릴 문자들이 보인다.
'이곳도 러시아의 문화권인가'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는데, 아주머니가 영어를 거의 못하신다. 혹시 몰라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러시아 말인 '마가진(상점)'을 말하니, 단번에 알아듣고는 위치를 알려주신다.
체크인(문서 양식을 적어야 했다) 이후, 간 상점에서 그동안 중앙아시아에서 보던 제품(러시아에서 수입된)들이 많이 보였다. 역시나 러시아의 영향인가.
상점에서는 터키에서 맛있게 먹던 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조지아에서 먹던 빵들이 있었다.
주요 제품들의 가격을 살펴봤다. 전반적으로 터키보다 물가가 비쌌다.
장을 보고, 마을을 잠시 돌아봤다. 모스크가 있어야할 곳에 교회가 있었다. 아무래도 터키와 비교를 많이 하게되는데, 전반적인 마을 분위기는 조지아와 비슷해보였다. 상점들도 외국 브랜드 매장이 들어와 있는 터키와는 다르고. 터키는 좀 더 활기가 있다고 해야 할까.
PS. 불가리아에서는 며칠 안 있을거라, 유심카드를 구입하지 않을 생각이다.
PS2.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것이 표지판, 간판의 글자들이다. 터키는 글자가 알파벳인데(약간 다른 글자도 있다. 첨자가 있는), 소리나는 대로 쓰는 형태다. 예를 들면, OTO 는 '오토' 자동차를 뜻한다. OTEL 은 호텔. 이런 식으로 내가 이해하기에는 좋다.
PS3. 불가리아 루트는 대도시를 거쳐가지 않는다. 오늘 달리는 동안 도로 양옆으로 숲과 들판이 나오는 길이 이어졌다. 텐트를 칠 곳을 찾기에는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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