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일차 - 기차에서의 출입국 심사
기차에서 숙면을 취할 수 있을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교통수단(기차)을 이용해서 국경을 넘는 일이 처음이라 어떻게 할까 궁금하기는 했다. 휴대폰이 없기에 정확히 시간은 알 수 없었지만, 열차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지나다니며, 'passport' 를 외쳤다. 그 소리에 겨우 들었던 잠에서 깼다. 얼마뒤 기차가 서고, 군복을 입은 서너명이 객차로 들어왔다. 칸칸이 돌아다니며, 승객들의 여권을 확인하고는 도장을 찍었다.
아르메니아 국경인 셈이다.
아르메니아 출입 스탬프는 교통수단에 따라 다르다. 입국할 때는 자전거를 타고 들어왔기에 자동차 그림이 출국할 때는 기차를 탔기에 기차 그림이 그려진 스탬프를 찍었다. 여권을 그들에게 주는 것 외에 별다른 검사는 없었다. 짐 검사도 별도로 하지 않았다.
출국 절차가 끝나고, 기차는 다시 출발했다. 얼마가 지났을 까. 직원이 다시 승객 칸을 돌아다니며, '패스포트'를 외친다. 조지아 국경에 다다른 듯 하다.
역시 기차가 서고, 제복을 입은 서너명이 들어온다. 이번에는 한사람이 승객들의 여권들을 모아서 어디론가 가지고 나갔고, 다른 사람들은 승객들의 짐 검사를 진행했다. 어떻게 할까 궁금했는데, x-ray 기기도 없고.
결론은 눈으로 확인하는 정도다. 나의 4개의 패니어 중에 2개만 그것도 대충 보고는 지나갔다. 얼마 후, 여권을 가져갔던 사람이 여권에 적힌 승객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입국 스탬프가 찍힌 여권을 나눠주었다. 이렇듯 간단하게 기차에서의 입국 절차가 끝났다. 그들이 나가고 나서 기차는 다시 출발했고, 객차는 다시 어두워졌다. 그렇게 잠깐 잠이 들었다. 얼마 후, 직원이 역시 돌아다니며 트빌리시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밖은 어느새 날이 밝아 있었다. 패니어와 자전거를 객차로 부터 꺼내 플랫폼에 세워 두었다. 트빌리시가 예레반보다 더 북쪽에 있음에도 춥기보다 더 따뜻한 느낌이다.
'아마도 고도 때문이겠지'
엘레베이터가 고장이라 자전거와 패니어를 일일이 들어서 기차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GPS 를 켜고, 숙소까지의 루트를 따라 페달링을 시작했다. 조지아 역시, 아르메니아 처럼 성탄 연휴기간이라 도로에는 그닥 차량이 많지 않았다. 거리를 걷는 사람또한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가는 도중 환전소에 들러 조지아 통화인 라리로 바꿨다. 사설 환전소보다, 일반 은행이 아주쪼금 높다. 1달러에 2.65 라리.
GPS 에 표시된 곳에 다다랐지만, 예약한 숙소는 보이지 않았다. 주택가였는데, 간판이 없는 것이다. 결국 예약 확인서에 적힌 주소를 가지고 찾기 시작했다. 정말 누가봐도 평범한 주택이 게스트 하우스라고 확인서에 적혀있었다. 벨을 누르니,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왔다. 다행히 제대로 찾았다. 그는 나의 예약에 작은 문제(small problem)가 있다고 했다. 내가 예약한 8라리 하는 4 bed 도미토리룸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 겨울철에는 너무 추워서 사용이 안된단다. 그러면서 2 bed 도리토리룸을 보여주었다. 가격은 14라리. 그는 미안하다면서, 근처의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는 숙소를 알려주었다. 아마 그곳에는 내가 원하는 도미토리 룸이 있을 거라며.
그곳에 가서 물어보니, 6 bed 도미토리룸이 10라리. 고민 끝에 체크인. 여기서 장기체류를 할지는 고민 좀 해봐야 겠다.
PS. 오늘 처음 갔던 숙소에서 오르트립으로부터 온 우편물을 받았다.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성공적으로 수령했다. 내용을 보니, 내가 요청한 부품들이 갯수에 맞게 들어있었다. 우편물 겉면을 보니, UPS 로 보냈다. 오르트립 대단한 회사다. 무료로 그것도 갯수에 맞게 보내주다니. 다시 한번 놀랐다. 이제 더이상 매번 패니어를 랙에 적재할 때, 스트레스를 안 받아도 된다.
PS2. 오후 들어 장을 보기 위해 근처 상점들을 둘러봤다. 대부분 닫혀 있었기 때문에 그중 규모가 있는 곳에서 식료품들을 구입했다. 전체적으로 물가는 아르메니아와 비슷하거나 약간 비쌌다.
PS3. 기차역에서 숙소까지 오는 동안 도로나 길가에 쌓인 눈을 전혀 보지 못했다. 여긴 눈이 안온 건가. 어쨌든 희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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