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4일차 - 다시 길 위에서
떠나는 날. 날씨 예보와는 다르게 햇빛이 보일 정도로 맑다. 다행이다.
어제 저녁, 절반 정도 짐을 싸놨지만, 출발 준비를 마치고 숙소를 나오기까지 2시간이 걸렸다.
짐이 조금 줄지 않았을까, 기대를 했지만, 재보니, 오히려 조금 늘었다. 지난 2년동안 달고 다니던 스패어 타이어를 두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고프로 분해를 위해 샀던 드라이버와 스페인에서 구입했던 우비는 숙소의 중국인 여행자에게 기부했다.
숙소 아주머니는 오늘 체크아웃하냐고 두번이나 물어봤다. 무척 아쉬우셨나보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짐을 싣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거의 2개월 반 만이다. 트빌리시 시내를 벗어나자, 산길이 시작되었고, 다행히 차량의 수도 줄었다. 마을을 지나다가, 자전거 여행자로 보이는 두사람을 만났다. 이후 점심을 먹을 때도 또 만났는데, 그들은 홍콩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무려 4개월 만에 왔다는 두 사람. 그들의 루트를 들어보니 정말 최단 거리로 왔다. 중국 - 인도 - 파키스탄 - 이란 - 아르메니아의 순으로. 중국인이라, 티벳을 갔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눈에 봐도 그들의 짐은 단촐해보였다(나에 비해). 젊기도 했고. 그들은 나보다 저 만치 앞서갔다.
종일 맑을 것 같았던 날씨는 구름이 몰려오더니, 급기하 비를 흩뿌렸다. 그리고 맞바람이 심하게 불어왔다. 걱정했던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3일 쉰 것으로는 역부족이었던 걸까'
아직 가야할 거리는 40km 가까이 남았는데. 약간의 오르막이 나오면, 미련없이 끌바를 했다.
바람이 워낙에 강해서 평지에서도 끌고 가야만 했다.
방풍자켓을 꺼내 입었음에도 추위를 느꼈다.
목적지인 고리(gori)까지 20여 킬로미터 정도 남았을때, 갑자기 뒤쪽 느낌이 이상했다. 확인해보니, 뒷 바퀴에 펑크가 난 것. 지금껏 처음이다. 비도 오고, 수리하기가 마땅치 않아, 그냥 끌고 가기로 했다.
숙소에 도착한 것은 저녁 7시 무렵. 낮에 만난 홍콩 자전거여행자들을 여기서 또 만났다.
무릎 상태도 그렇고, 자전거 수리도 해야하고, 이틀간 머물기로 했다.
PS. 하필 스페어 타이어를 놓고 왔을 때, 펑크가 난 건지…
PS2. 오늘 묵은 숙소. booking.com 에서 나름 리뷰와 평점을 보고 예약하긴 했지만, 3개월간 묵은 트빌리시의 숙소보다 너무 비교가 된다.
<자주먹었던 유제품들>
<숙소아주머니와 함께. 지내는 동안 도움을 많이 주셨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76.606 km
누적 거리 : 22608.373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